
털어놓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좋아한다고 고백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그 감정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면 전혀 단순하지 않다.
특히 그것이 ‘첫사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처음 겪는 감정은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고, 낯설어서 두렵고,
두려워서 자꾸만 숨기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상대가 평범하지 않을 때,
혹은 내가 사회가 말하는 ‘평범한 사랑’의 형태에서
벗어나 있는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 그 혼란은 배가 된다.
처음엔 솔직히 읽기가 벅찼다.
감정 표현이 너무 짙고, 너무 직접적이었다.
서양 문학 특유의 과감함 때문인지,
혹은 이 작품이 의도적으로 그 경계를 밀어붙였기 때문인지,
페이지를 넘기며 부담스러운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그 감정의 무게 자체는 이해가 됐다.
아직 어리고, 아직 서툴고, 아직 자신의 감정을 다룰 줄 모르는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 감정이 커질수록 그는 더 혼란스러워지고,
더 조급해지고, 더 솔직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두고
“어려서 그래”, “아직 잘 몰라서 그래”라는 말로 정리해버리려 한다.
하지만 정말 그 한마디로 설명될까? 그 감정을 온전히 합리화하고 축소할 수 있을까?
첫사랑은 어릴수록 더 진심이고, 더 절박하고, 더 폭발적이지 않나.
오히려 어리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다.
“나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삶이 어떨지 궁금했다.”
이런 생각이 정말 단순한 치기 어린 호기심만으로 가능한 걸까?
두 남성을 보며, 단순히 ‘신기하다’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상상하고, 그들의 미래를 떠올리고, 그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그려본다는 건…
이미 감정이 깊이 들어와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었다.
다만 한편으로는 계속 마음에 걸리는 지점도 있었다.
주인공이 사춘기 소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감정선을 표현하는 방식이 꼭 이렇게까지 육체적인 욕망과 적나라한 사건을 동반해야 했을까?
때때로는 감정이 아닌 묘사의 강도가 더 크게 느껴져서, 몰입이 깨지기도 했다.
‘섬세함’으로 끌고 가도 충분했을 장면들이 오히려 과감함 때문에 독자로서 부담이 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부담이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다.
헤어짐과 아픔, 그리고 다시 재회에 이르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조용하고, 더 깊고, 더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보다, 감정이 식어가는 순간들이 더 슬펐다.
그리고 그 슬픔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어느새 나도 함께 그 감정의 곡선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 작품은 사랑이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걸 계속 보여준다.
사랑은 때때로 불편하고, 부끄럽고, 비겁하고, 자기혐오와 욕망이 뒤엉킨 감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든 복잡함을 포함해서도, 결국 사랑은 사랑이라는 사실이 이 소설의 핵심처럼 느껴졌다.
서로를 완전히 가질 수 없었던 시간,
그럼에도 서로를 잊지 못했던 마음,
돌고돌아 결국 뜨거웠던 그 때의 그 감정이 되살아남을 암시하며 이 소설은 마쳐진다.
“당신이 전부 다 기억한다면, 정말로 나와 같다면, 나를 당신의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Call me by your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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